남의 공간을 탐색했으니, 이제는 우리의 공간을 고민해볼 차례가 왔다. 우선 각자가 원하는 공간 레퍼런스를 제시하고 세 개의 팀으로 흩어졌다. 사실은 더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의 ‘취향 교집합’을 찾아내어 아카이브, 오픈 스페이스, 공유 작업실 팀을 꾸렸다. 각 팀은 하자를 돌아다니며 ‘빈 방 찾기’를 시작했다. 쓸모를 다해 방치된 공간, 쓰임이 애매한 공간, 그래서 새로운 쓰임을 기다리는 공간들을 찾아내 이곳들의 활용 가능성을 가늠해보았다.


유력한 후보였던 허브갤러리와 1000클럽(999클럽 옆에 위치한 과거 흡연장이다.)을 제치고 선정된 빈 방은 ‘하자로’였다. 하자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 그만큼 새로이 활력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 곳이다. 장소 선정이 끝났으니 다음 단계인 ‘기획하기’로 넘어갔다. 세 갈래로 쪼개진 문공기 팀은 각자가 생각하는 무드보드를 바탕으로 원하는 공간을 상상했다. 지금까지의 상상과는 달리 ‘현실성’이 (아주)조금은 반영된, 정제된 아이디어들이 모였다. 아카이브 팀은 하자의 기록관을, 공유 작업실 팀은 하자의 작업자들을 위한 작업장을, 오픈 스페이스 팀은 하자에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소통 공간을 기획했다. 이 즈음부터 문공기 팀의 야근이 시작되었던가… 이후 기획 내용을 우리의 특별 멘토인 맙소사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공간 기획 실무자 앞에서(그것도 무려 초면에) 본격적인 발표를 했던 그날은 마치 교수님 앞에서 발표 후 피드백을 받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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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공간이 만들어지면 오고 싶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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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를 찌르는 질문이 들어왔고, 우리의 대답은 애매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작당모의를 했던 이전과는 달리 본격적인 기획 단계로 들어서자 주춤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드는 공간인데 우리가 원하는 공간이 아니라니. 조금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었다. 개개인의 욕망을 밀어붙여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각 팀은 아이디어의 늪에 빠져 음악감상소, 사진관, 그리고 기록 겸 소통 공간을 새로이 그려냈다. 2차 발표가 이어졌고, 우리는 하나의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합의의 단계로 들어섰다. 무한 회의 굴레에 빠진 것이다.
